ARR #19 낯선 땅에서 찾아온 손님




민필리아 : 시엘. 새로운 '새벽'에서 처음으로 할 일이 생겼어요. '아마지나 광산회사'에서 부탁한 조사죠. 요즘 회사에서 캐낸 자원이 사라지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나 봐요. 사건 수사를 맡은 구리칼날단이 보고하기론 내부인이 몰래 빼돌리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새벽'은 이런 단순 사건 조사는 돕지 않아요. ……그래요,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잖아요? 야만신 '이프리트'를 소환하기 위해 아말쟈족이 연달아 크리스탈을 훔쳐갔었죠. 크리스탈은 야만신 소환의 재료이자 양분이니까요……. 아무래도 그냥 넘길 사건은 아닌 것 같아요. 사라진 크리스탈이 야만신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그걸 조사할 필요가 있어요. 산크레드하고 야슈톨라가 현장에 먼저 가서 조사하고 있으니까 당신도 '지평선 관문'으로 가서 합류해주세요. 난 아마지나 광산회사에 연락해서 정보를 모을게요.



야슈톨라 : 왔나요, 시엘. 저는 사라진 크리스탈을 보관했던 곳을 중심으로 단서가 없는지 찾고 있었어요. 구리칼날단 조사 담당자는 푸푸루파라는 분이에요. 저도 이야기는 나누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단서는 못 찾은 것 같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났으니 진전이 있었을지도 몰라요. 당신도 구리칼날단 장미연대 '푸푸루파' 님을 찾아가서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듣고 와주시겠어요?



푸푸루파 : 네? 새로 알아낸 사실은 없느냐고요? ……그럼 당신도 야슈톨라 님과 함께 아마지나 광산회사 사건을 조사하러 오신 분인가 보군요! 요즘 캐낸 자원이 발이라도 달린 듯 사라지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범인을 찾을 단서가 지금껏 하나도…… ……없었습니다만, 방금 전에 짐 검사를 기다리던 초코보 마차가 검문을 뚫고 그대로 도망쳤지 뭡니까! 혹시 없어진 크리스탈을 싣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다른 위병이 보고하기로는, 문제의 그 마차가 동부 다날란 쪽으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야슈톨라 : 검문을 기다리던 초코보 마차가 그대로 도망쳤다고요? 게다가 동부 다날란 방향으로 갔다니……. 동부 다날란은 아말쟈족이 나타나는 곳이에요. 놈들에게 크리스탈을 넘기기에 아주 좋은 장소죠……. ……그래요, 무척 수상하군요. '산크레드'가 지금 아말쟈군 진영에서 놈들 움직임을 살피고 있어요……. 가서 그를 만나세요. 제가 링크펄로 미리 연락해둘게요.



산크레드 : 아, 야슈톨라한테 연락은 받았어. 그 초코보 마차는 내가 방금 구리칼날단에 넘겼어. 간발의 차이였네. 하지만 마차에 실린 건 금지 물품인 '솜누스의 향'이더군. 이번 사건이랑은 아무 상관 없는 그냥 밀수업자였던 거지. 아말쟈족은 이렇다 할 움직임도 안 보이니 일단 '지평선 관문'으로 돌아가서 조사 준비를 다시 갖추자. 헛걸음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거기서 다시 보자고.



산크레드 : 아, 왔어? 이 근처에서 크리스탈을 빼앗고 사람을 끌고 갈만한 건 아말쟈족 말고는 없을 텐데 말이야……. 아직까지는 아말쟈족이 이번 사건하고 관련 있는 움직임은 안 보이고 있어. '이프리트'를 몇 번 불러내려던 흔적은 있는데 미리 모아뒀던 크리스탈을 쓴 것 같고……. 결정적인 정보가 없으니까 결론이 안 나오네. 모래의 집에 남아있는 위리앙제한테도 사건하고 관련 있을 법한 움직임이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 달라고 해야겠군……. 자, 그럼…….


산크레드 : 나야, 산크레드. 할 말이 있어서 연락했어.



위리앙제 : ……예, 알겠습니다. 뭔가 움직임이 있으면 연락하죠. 그나저나…… 산크레드. 가끔 여성분이 당신을 찾아오곤 하는데…… 뭐라고 말씀드릴까요? ……예, 무난하게…… 하라고요……. 그러면 '망자의 종소리에 답이 있다'고 전하겠습니다. 당신의 사랑, 혹은 원수가 북쪽에 있다고요. 자신의 과거보다 무서운 적은 없다고 하지요. 이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그러면 이만…….



??? : 우리는 동방의 나라 '도마'에서 왔다. 이 나라 왕께서 어디에 계신지 알려줄 사람은 없는가?







산크레드 : 그나저나 야슈톨라 말을 들어보니 구리칼날단의 푸푸루파가 뭔가 알아낸 모양이야. 조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궁금하니까 '푸푸루파'한테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푸푸루파 : 사건의 공통점을 다시 살펴봤거든요. 확실합니다. 범인들은 구리칼날단 감시망 빈틈을 정확히 알고 범행에 이용했어요. 경비 체제는 상황에 맞추어 계속 바꾸고 있는데도 매번 그 빈틈을 노려서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이건 범인이 우리쪽 속사정을 환히 꿰고 있다는 뜻이죠!


산크레드 : 그러게, 그건 아무리 봐도 어디서 정보가 새고 있는 건데……. ……상황으로 보아 구리칼날단 내부에 첩자가 섞여 있는 게 틀림없어.


야슈톨라 : ……그렇다면 그 첩자를 역으로 이용할까요. 작업 정보를 거짓으로 흘린 뒤 그곳 경비를 허술하게 하면…… 범인은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산크레드 : 미끼를 던저서 낚겠다는 건가? ……근데 놈이 입맛을 다실 만한 미끼라도 있어?


야슈톨라 : 제가 광산회사 광부로 변장해서 채굴 작업을 할게요. 그들도 여자가 상대라면 방심할 테니까요. 두 분은 숨어서 범인을 기다려주세요.


푸푸루파 :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마 해돋이 문 남쪽에서 망치 대지로 통하는 다리 근처가 숨기 좋을 거예요!


산크리드 : 흠…… 그럼 나는 다리 남쪽에 숨도록 하지. 시엘은 북쪽을 맡아줘. 지도에 표시해둘 테니가 나중에 확인해봐.


푸푸루파 : 그럼 저는 장미연대 부대원들에게 경비 체제를 변경하라고 연락하겠습니다!


산크레드 : 준비는 다 됐군…… 좋아, 작전 개시다. 얼마나 좋은 사냥감이 걸리려나…….



야슈톨라 : 수고했어요, 어땠나요? ……그래요, 범인은 아말쟈족이 아니었다고요.


산크레드 : 이쪽도 다 처리했어. 전부 한 덩치 하는 바다늑대 녀석들뿐인 데다가 입은 또 쓸데없이 무거워서…… 정말 짜증 나더군.


야슈톨라 : 바다늑대들……. 울다하에 사는 루가딘족은 대부분 불꽃지킴이죠.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흘러든 걸까요?


산크레드 : 글쎄, 어디서 왔는지는 몰라도 다들 하나같이 얼굴에 파란 문신을 하고……. 아무튼, 꺼림찍한 녀석들이었어.


야슈톨라 : 파란 문신이라고 했나요……? 설마……. ……짚이는 게 있어요. 잠시 알아보고 올게요.


산크레드 : 그럼 우리는 일단 지평선 관문으로 돌아가서 '푸푸루파'한테 구리칼날단 쪽 상황이 어떤지나 들어볼가. 자, 이따 거기서 보자고.



푸푸루파 :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위험한 작전인데도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구리칼날단 안에서도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위병 한 명이 감쪽같이 모습을 감췄어요!


산크레드 : 좋아, 걸렸어! 구리칼날단 첩자도 낚았군! 바로 그 위병을 뒤쫓아가자고.


푸푸루파 : 그런데 그게…… 범인 호송 때문에 어수선한 틈을 타서 모습을 감춘 거라 어디로 갔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산크레드 : 이런, 모처럼 낚은 대어를 놓치다니. ……그래서 사라진 녀석은 어떤 녀석이야?


푸푸루파 : 얼마 전에 입대한 모험가 출신 바다늑대인데요, 아말쟈족과 내통한 것 같진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번 일은 저도 나서서 조사해볼게요!


산크레드 : ……그러면 이제 야슈톨라가 말한 '짚이는 것'에 기대를 걸어봐야겠군…….


산크레드 : ……민필리아? 무슨 일이야? …………흠, 알겠어.


산크레드 : 위리앙제가 민필리아한테 연락을 한 모양이야. 이번엔 저녁별 만에서 문제가 생겼나 본데? 그래서 우리한테도 할 일이 생겼어. 이거 참 쉴 틈이 없네…… 인기가 많은 것도 큰일이야. 그치?







산크레드 : 자, 그럼 우리 맹주님께서 해주신 귀한 말씀을 전해줄게……. 일단 나는 여기에 남으라고 하시더군. 크리스탈이 없어진 사건을 계속해서 쫓아달라고 말이지. 나는 푸푸루파하고 함께 모습을 감췄다는 위병을 찾아보려고 해. 너는 저녁별 만으로 가줘. 거기서 알피노와 합류해 그를 도와주면 돼. 그럼 나중에 만나자.



알피노 : 오, 시엘. 잘 와주었네. 저녁별 만 먼바다에 심하게 망가진 상선이 나타났는데 거기 타고 있던 몇 사람이 이 작은 배로 육지에 올라온 모양이야. 목격자가 말하기를, 그들은 아무래도 이방인…… 그것도 동방의 외딴 도시 '도마'에서 온 난민인 것 같다더군. '도마'는 갈레말 제국이 지배하는 식민지야. 제국 땅에서 난민이 흘러나온 거라면 예삿일은 아닐세. 우리도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해두는 게 좋겠지. 이방인들은 곧장 울다하 왕궁으로 향했다고 하네. 우리도 울다하 '왕의 산책로'로 가서 '이방인들의 지도자'를 찾아보세.



바솔로뮤 : 이 너머는 신성한 울다하 왕궁이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이방인들의 지도자 : 그래서 이리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국왕 폐하께 말씀만 들어주십사 하는 것이야! 시간을 오래 빼앗지도 않겠네.


바솔로뮤 :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 누군지도 모르는 자를 함부로 안에 들일 수는 없다! 자, 어서 물러가라!


이방인들의 지도자 : ……크윽!


알피노 : 자네들이 저녁별 만에 상륙한 이방인들이로군. 다투는 소리가 들리던데 대체 무슨 일인가.


이방인들의 지도자 : 국왕 폐하께 알현을 청원하였으나 가차없이 거절당했네……. ……어떻게 해서든 직접 담판 지을 기회를 얻어야 해!


알피노 : 기다리게. 여기는 왕궁이야……. 괜히 소란을 피웠다간 감옥행일세. 나는 알피노라고 하네. 울다하 사람은 아니나 이 나라 권력자와 안면이 있어. 이것도 인연이니 괜찮다면 내가 이야기를 듣지. 시엘. 나는 일단 이자들을 데리고 '모래늪'에 가 있겠네. 자네도 따라오게나.



유우기리 : 내 이름은 '유우기리'라 한다. 동포들과 함께 동주 오사드의 '도마'에서 배를 타고 도망쳐왔지.


알피노 : 도망쳐왔다고?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유우기리 : 우리 고향 도마는 갈레말 제국의 식민지였다. ……물론 우리가 원해서 그리 된 건 아니야. 얼마 전 제국에서…… 다음 황제 자리를 두고 내란이 일어났다. 독립의 기회라 생각한 우린 반란을 일으켰어나……. ……처참히 패하고 말았지. 나는 도마에 있던 동족을 은신처로 피난시키고 남은 자들을 이끌어 여기까지 도망쳐왔다.


알피노 : 설마…….


유우기리 : 그래, 생각하는 대로야. 도마는 이제 지도 상에 없는 나라다. 제국에 숙청당해 말 그대로 멸망해버렸지.


알피노 : ……그렇다면 자네들은 난민 신분으로 이 나라에 들어오고 싶은 건가?


유우기리 : 그렇다. 우리가 내린 항구…… '저녁별 만'이라고 했던가? 그 항구 앞바다에 상선으로 위장한 배를 대놓았다. 그 배에 탄 난민은 대부분 반란에 참가한 자와 그 가족이다. 우리는 그들을 대표해서 협상하러 왔다. 이 나라 국왕이나 권력자를 만나 말이라도 나눠 보고자 울다하에서 찾아왔건만…… 보다시피 상대도 해주지 않는군.


알피노 : 이방인들이 우르르 왕궁에 몰려들면 누구나 그렇겠지.


유우기리 : 그래, 내 생각이 짧았다. 도마에서 도망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 데다가 배 안에 어린아이들도 많아서…… 마음이 급했지. 여기가지 오는 동안에도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을 많이 보았다. ……이 나라도 상황이 복잡한 모양이야.


알피노 : 그렇군, 사정은 잘 알겠어. 우리도 갈레말 제국과 싸우고 있으니 언제든 자네들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지. ……내가 왕궁에 말을 전해보겠네.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대화라도 할 수 있도록 말이야.


유우기리 : 그게 정말인가!?


알피노 : 걱정 말고 기다리게. 이래 봬도 높은 사람하고 잘 아는 사이거든.


유우기리 : 고맙다. 은혜는 잊지 않겠다.


알피노 : 그런데…… 유우기리 공. 자네는 상당히 별난 차림새를 하고 있군. ……게다가 에오르제아에서는 보기 힘든 종족인 것 같은데.


유우기리 : 예의에 어긋나더라도 이해해주면 좋겠군. 특이한 겉모습은 소란을 부르기 쉽지. ……그건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도움을 청하는 몸…… 괜한 말썽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하겠다.


알피노 : ……현명한 식견을 지니고 있군. 그리고 예의에 어긋날 것은 없으니 그리 걱정하지 말게나.


유우기리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알피노 : 그러면 나는 라우반 국장님을 만나고 오겠네. 자네가 그동안 이자들을 돌봐주게나.



유우기리 : ……걱정해주는 것인가? 고맙군. 우리는 동주 오사드 소대륙 변경에 있는 도시 '도마'에서 몇 달이나 걸려 여기까지 왔다네. 준비를 갖출 틈도 없이 도망쳐 나왔기에…… 곧 식량은 바닥을 드러냈고 여러 사람이 가엾게 떠났네. 얼마 전부터는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했지. 배에 두고 온 아이들만이라도 주린 배를 채우게 해주고 싶어……. 그대가 이 가게 주인에게 부탁해줄 수는 없겠는가?



모모디 : ……어머, 그런 일이!? 저분들도 참 힘들었겠네……. 마침 큰 예약이 하나 취소되는 바람에 마련해놓은 재료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잘됐어. 기꺼이 줄게! 남은 재료를 저녁별 만으로 보내달라고 의뢰서를 써줄 테니까 달 회랑 '사파이어길 국제시장'에 있는 '프리두리'하고 '캐서린'한테 가져다줘.



프리두리 : 모모디 님이 음식 재료를 보내달라고 했다고……? 아아, 이번에 남아버린 재료 말이지? 어디, 의뢰서를 보여주게. ……알겠네, 재료를 보내놓겠다고 모모디 님한테 전해줘. 그건 그렇고 또 난민이 온 건가……. 빈민이 늘어서 분위기가 흉흉해지진 않을까 걱정이군…….



캐서린 : 모모디 님이 남은 음식 재료를 보내달라고 하셨어? ……무슨 일이람? 그 의뢰서 좀 자세히 보여줄래? ……흠. 재료를 공짜로 내준다고? 참 사람도 좋네. 뭐, 우리야 돈만 받으면 아무래도 좋지. 모모디 님한테 그렇게 하겠다고 전해줘.



모모디 : 어서 와, 의뢰서는 잘 가져다줬어? ……흠, 재료는 저녁별 만으로 무사히 간 것 같아. 자, 유우기리 님한테도 어서 알려줘!



유우기리 : 저녁별 만으로 먹을 것을 보내주었다고!? ……정말 고맙네. 내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어. 가게 주인장에게도 직접 인사를 드려야겠군…….


알피노 : 불멸대 라우반 국장을 통해서 나나모 폐하께 이야기가 전해진 듯하네.


유우기리 : 그렇다면……!


알피노 : 그래, 폐하께서 알현에 응하시려는 모양이야. 자문을 맡은 '모래전갈회'도 불러 모으셨지. 이 나라 권력자들하고 담판 지을 수 있을 걸세.


유우기리 : ……몸 둘 바를 모르겠군. 이 신세를 어찌 갚을지.


알피노 : 그러지 말게,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단, 아까도 말했다시피 결과까지는 장담 못 하네.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지만…….


유우기리 : ……그런 잘 알고 있네. 기회를 마련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 이 울다하는 실리를 중시하는 도시라 들었네. 우리에게 이용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거나, 혹은…….


알피노 : 그러면 '왕의 산책로'로 가보세. 라우반 국장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라우반 : ……왔나. 나나모 님과 모래전갈회는 이미 향불방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서두르지.



유우기리 : 사막이 여왕이시여, 회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래 이런 자리에는 동방의 특산품을 지참하여 예의를 갖춰야 마땅하나……. 고향을 잃고 쫓겨 다니느라 가진 것이 없습니다. 이에 무례함을 무릅쓰고 간청하건대…… 부디 우리 도마 백성을 울다하에 받아들여 주십시오.


나나모 울 나모 : 짐이 울다하 국왕 나나모 울 나모이니라. ……유우기리여,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다. 알피노에게 이야기는 들었다. 듣자하니, 제국 손에 조국이 멸망했다던데…….


유우기리 : 그렇습니다, 폐하. 제국은 지금 황위 계승 문제로 내란이 한창입니다. 수도뿐 아니라 외딴도시까지 그 영향이 미쳤지요. 우리 도마는 이 혼란을 틈타 독립 전쟁을 일으켰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마을은 종속되거나 멸망했고…… 제 고향은 본보기로 불타버렸지요.


라우반 : 귀공들은 배를 타고 왔다고 들었다. 난민들은 대략 얼마나 있지?


유우기리 : 상선으로 위장한 큰 배 한 척에…… 이백 명 넘는 동포들이 함께 지내는 중입니다. ……하지만 도마를 나온 배는 저희 말고도 많습니다. 만약 울다하에서 우리를 받아주신다면 되도록 많은 동포를 불러오고 싶습니다. 물론 그만한 대가는 치르겠습니다. 병사건 일꾼이건 뜻대로 부리십시오.


라우반 : 모래전갈회 여러분은 어떠신가?


텔레지 아델레지 : 좋은 제안인 것 같네. 제7재해 이후 도시 복구며 개척이며 일손이 모자란 건 사실 아닌가.


알피노 : 저 남자는 '신기루 금융' 총수 '텔레지 아델레지'야. 울다하 금융업계를 꽉 잡고 있는 사람일세.


라우반 : 따로 법률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괜찮은 사안 같은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로로리토 : 유감이지만 찬성할 수 없소이다.


텔레지 아델레지 : 이유가 뭐요, 로로리토 공.


로로리토 : 현실을 보시오! 지금도 난민과 유랑민이 울다하 곳곳에 들어차 있소! 게다가 대부분 눌러앉은 지 5년은 지났지. 불멸대가 제안한 난민 구제 정책 때문에 나가는 돈이 얼마인지 아시오? 갈수록 궁핍해지는 국고를 보란 말이오. 한때 '황금 도시'라 불렸던 울다하가 지금은 이 모양이오! 이 와중에 또 이방인을 수용하겠다는 거요!? 게다가 요즘 난민 범죄도 늘어난다지 않소? 텔레지 아델레지 공도 아시리라 생각하오만? 일자리도 없이 범죄에 손대는 자가 태반이라 불멸대와 구리칼날단이 나서도 다 잡아들이지 못할 정도요.


알피노 : 저자는 '로로리토'…… 동부 알데나드 상회 회장이자 '100억 길의 사나이'란 별명을 가진 갑부일세. ……사실상 모래전갈회 내의 최고 권력자고.


나나모 울 나모 : ……로로리토. 아무리 나라 재정이 궁핍해도 이자들 정도는 수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 법을 정비하면 범죄가 일어나는 것도…….


로로리토 : 이것 참……. 재미있는 말씀을 하십니다, 나나모 폐하. 왕당파에서 그놈의 법을 내놓으실 때까지 얼마나 더 기다리면 되겠습니까? 알라미고 난민이 다날란에 온 게 벌써 언제입니까? 그때도 법이니 뭐니 말만 앞세우다가 결국 손들다시피 리틀 알라미고나 던져주고 끝났지요?


라우반 : 말이 지나치군, 로로리토 공!


텔레지 아델레지 : 하지만 인력은 귀중해. 훗날 울다하가 발전하기 위한 초석이 될 수도 있네. 노동력을 늘린다는 관점에서 검토해보는 게…….


로로리토 : 텔레지 아델레지 공은 그래서 안 된다는 거요. ……인재와 돈은 국가의 기둥이지. 국가의 초석은 바로 뛰어난 통치력이요. 지금 울다하에 필요한 건 단단한 초석이지. 허물어진 초석에 기둥을 세운다 한들 이 나라가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소? 텔레지 아델레지 공. 듣자하니 요즘 '백금 신기루'도 매상이 시원찮다고 들었소만……. 값싼 임금으로 난민들을 부려 먹더니 그곳 수준도 덩달아 저렴해진 건 아니시오?


텔레지 아델레지 : 크윽…….


라우반 : 두 분 다 진정하시오. ……그럼 표결에 부치겠소. 도마에서 온 난민을 받아들일 것인가. 찬성하는 자는 이 자리에 남고 반대하는 자는 퇴장하기 바라오.



나나모 울 나모 : 면목 없구나, 유우기리여……. 이 나라에서 왕이란 고작 이 정도니라……. 모래전갈회의 합의 없이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 모두 짐이 부족한 탓이야…….


유우기리 : 아닙니다, 나나모 울 나모 폐하. 이렇게 검토해주신 것만으로도 황송합니다.


텔레지 아델레지 : ……로로리토 녀석, 정말 괘씸하군. 리틀 알라미고가 그렇게 된 건 놈이 동방 무역을 내팽개친 탓도 있지 않은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왔을 텐데 어떻게든 도울 방법이 없을지…….


라우반 : 총사령부를 겨우 궤도에 올려놓긴 했지만 이 나라는 여전히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 공화파…… 아니, 로로리토의 힘이 너무 커. 이러다가는 언젠가……. 미안하군, 넋두리는 접어두지. 일단 밖으로 나가자고.







라우반 : 빌어먹을 로로리토 녀석……. 여전히 제 배를 불릴 생각만 하는군. 울다하의 보물은 백성이다. 재능있는 난민에게 투자하여 울다하 백성이 된다면 결국 울다하의 발전으로 이어질 텐데 놈은 그 돈을 아까워해. ……여기서 투덜거려봐야 아무짝에도 쓸모없지. 나중에 '불멸대 작전본부'에 들러라. 관계자를 모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상의해야지…….



알피노 : 그래, 역시 로로리토가 난민 수용을 거부했다고……. 울다하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군.


유우기리 : ……배에서 동포들이 우리를 기다리네. 어떻게든 마음 편히 지낼 곳을 찾아야 하건만…….



라우반 : 울다하는 지금 공화파가 득세하고 있지. 지나칠 정도로. 왕당파…… 나나모 님을 앞에 두고도 그 모양이니 다시 모인다 한들 결과는 뻔하다.


알피노 : 나도 설마 했지만 난민 수용을 거절할 줄이야……. 울다하는 에오르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일세. ……여기서 거절하면 어디를 가도 결과는 마찬가지겠지. 게다가 라우반 국장님이 말했다시피 울다하는 왕당파와 공화파의 균형이 크게 붕괴된 상황이야. ……우리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서는 안 되네. 하지만 난민 가운데는 어린아이도 있다고 하지……. 여유부리며 생각할 시간은 없겠군…….


알피노 : 나 알피노일세. 지난번 그 일 말인데…….


유우기리 : 우릴 위해 이리 애써줘서 고맙네. ……쉽지 않으리라 생각은 했으나 역시 떠돌이 백성은 어딜 가나 환영받지 못하는군. ……하지만 우리는 이제 돌아갈 고향이 없어. 잠시 묵을 곳이나마 있으면 좋으련만…….


텔레지 아델레지 : 이렇게 어려울 때는 서로 돕고 살아야지. 문제는 어떻게 울다하와 난민이 양쪽 다 득을 볼 수 있게 하느냐야. 그게 바로 정치라는 걸세.


알피노 : ……그거 잘됐군, 갑자기 부탁해서 미안하네. 그러면 나중에 보세.


알피노 : 오래 기다리게 했군. 유우기리 공, 아무래도 일이 잘 풀릴 것 같아.


라우반 : ……무슨 소리야?


알피노 : 방금 모험가 길드와 이야기를 마쳤네. 망자의 종소리에서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군. 확장 계획이 한창이라 일손이 필요하다는 모양이야. 민필리아에게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었네만 이야기가 잘 풀린 것 같아.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네. '망자의 종소리 개척단'이 되어 그들을 도와줄 것. 그러게 하면 자네들을 받아주겠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라우반 : 그거 좋은 수로군. 망자의 종소리는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고 정치적 간섭도 적으니까…….


텔레지 아델레지 : 그래, 로로리토 같은 놈들 입김도 덜하지. 우리도 도와주기 편하고 말일세.


유우기리 : ……우, 우리를 받아주겠다는 것인가!? 무, 물론, 그쪽에서 말한 대로 하겠네! 이리 발 벗고 나서 도와주다니, 이 은혜를 어찌…….


알피노 : 하지만 망자의 종소리는 여기서 아주 멀어. 지칠 대로 지친 도마 사람들이 거기까지 가려면 준비가 필요할 걸세. 울다하 모험가 길드에도 협조를 구하는 게 좋겠군. 나는 이대로 곧장 '모래늪'으로 가겠네. 시엘, 자네도 따라와 주게.


라우반 : 그러면 구리칼날단하고 불멸대에서도 사람을 보내겠다. ……유우기리 공, 같이 좀 가지. 일행 규모를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어야겠어.



알피노 : 울다하 모험가 길드도 도와주기로 했네. 이도할 때 일손을 빌려주겠다고 하더군. 모모디 여사도 얘기를 듣고 아주 기뻐했어. ……도마 난민은 아직도 대부분 배 안에 있네. 망자의 종소리로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서도 우선 울다하로 데려와서 쉬게 해야 할 거야. 모모디 씨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울다하에 머무르는 동안 여기서 돌봐주겠다는군. 정말 그녀가 있어서 다행일세.


라우반 : 어떻게 됐나? 알피노 군.


알피노 : 얘기는 잘 마쳤습니다, 라우반 국장님. 이대로 제가 도마 사람들 이동을 지휘하겠습니다.


라우반 : 고맙군. ……흠, 문제는 수단인데. 유우기리 공한테 듣기로는 난민 수가 이백을 넘고 짐도 많다고 하더군. 그걸 다 옮기려면 그만한 운송 수단이 있어야 해. 자, 이를 어쩐다…….


텔레지 아델레지 : 라우반 국장, 그건 나한테 맡기게나! 로로리토 입김이 안 닿는 상인조합 녀석들한테 초코보 마차를 마련해달라고 하세. 비용은 내가 댈 테니 걱정 말게. 뭐, '성가신 자들을 외딴곳으로 보냈다'고 둘러대면 로로리토 녀석도 투덜투덜 못 하지 않겠나?


라우반 : 음, 좋은 생각이군. 상인조합에는 내가 직접 얘기해놓겠다. 대신 현장 준비는 맡겨도 되겠지?


텔레지 아델레지 : 내가 명색이 울다하 정치를 책임지는 자인데 지금껏 자네들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이렇게라도 도와줄 수 있어서 기쁘다네! 앗, 혹시 입에 풀칠하기가 힘들면 날 찾아오게나. 울다하에 일자리를 몇 개 마련해줄 테니 말이야.


유우기리 : ……여러모로 신세만 지는군. 정말 송구하네.


모모디 : 자, 유우기리 님 일행은 이쪽으로 와주세요! 가벼운 절차가 있으니까 잠깐 부탁할게요. ……따뜻한 차도 함께 마시면서요!


알피노 : 서부 다날란 '전갈 교역소'라는 곳에 상인조합 소속 상인 '기기욘'이라는 자가 있네. 자네는 그를 찾아가게. 난 난민 맞이 준비에 들어갈 테니.



기기욘 : 앗, 오셨습니까! 불멸대에서 연락이 온 참입니다. 그런데…… 마부 한 명이 어디로 내빼는 바람에 지금 돌릴 수 있는 마차가 모자라지 뭡니까! 게다가 그 마부한테 맡긴 짐이 아직 안 왔다고 거래처에서 불만이 접수됐어요! 상당히 골치가 아픈 상황인데…… 앗, 그렇지! 모험가님, 그 마부를 좀 데리고 와주시겠어요? 아마 술집 '궤짝과 관짝'에서 술에 취해 뻗어있을 겁니다.



휴런 마부 : 뭐? 기기욘 님이 나를 찾으셨다고……? 흥, 찾거나 말거나 내가 알 게 뭐래…… 딸꾹.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어차피 다~ 소용없다니까……? 내, 내가 얼마나 불행한지 한 번 들어보라고…… 딸꾹. 열심히 배달하는 날 붙잡고 구리칼날단 이 나쁜 놈들이 괜한 트집으로 벌금을 엄청나게 요구하더라니까……. 근데 내가 땡전 한 푼 없다는 걸 알더니 글쎄, 배달 중인 물건을 가지고 간 거야! 것도 모자라서, 내가 큰맘 먹고 산 약혼반지까지 가져갔어!! 아아, 이젠 꿈도 희망도 없어…… 딸꾹. 빼앗긴 짐하고 반지를 찾아다 줄 친절한 사람이 나타나면 다시 살 기운도 날 텐데……. 뭐? 당신이 내 짐을 찾아주겠다고!? ……이렇게 친절한 사람을 봤나!! 그래, 세상 아직 살 만하다니까! 내 짐을 빼앗은 구리칼날단 놈들은 일은 안 하고 서부 다날란 '노피카의 우물' 근처에 모여서 노닥거리는 녀석들이야. 근데…… 그놈들 가운데 솜시 좋은 놈이 있어서 웬만한 모험가는 꼼짝도 못 한다는 것 같아. 당신 정도면 아마 괜찮겠지만…… 그래도 조심해.



구리칼날단 위병 : 뭐……? 마부한테 뺏은 짐을 돌려달라고? 그런 짐은 본 적도 없다! 건방진 녀석…… 얘들아, 해치워라!!



구리칼날단 위병 : 으아아악, 뭐가 이렇게 세!? 빼앗은 물건은 돌려드리겠습니다! 모, 목숨만 살려주십쇼!!



휴런 마부 : 빼앗긴 짐하고 반지를 되찾으면 다시 살아갈 기운이 날 텐데 말이야……. 오오, 이건 내가 뺏긴 바로 그 물건이잖아! 고마워, 덕분에 살아갈 기운이 솟아났어! 이제 가슴 쫙 펴고 교역소에 돌아갈 수 있겠군. 우선 배달 못 한 짐부터 배달하고 갈 테니까 당신은 전갈 교역소에 있는 '기기욘' 님한테 내가 다시 일하러 갔다고 말해줘!



기기욘 : ……마부가 다시 일하러 갔다고요? 그 녀석 참. 당신 덕분에 짐도 마부도 무사히 뒤찾았군요. 이제 난민 이동 준비를 할 수 있겠네요. 그러고 보니, 아까 '알피노'라는 분한테서 일이 어떻게 되고 있냐며 연락이 왔는데요……. 혹시 당신이 아는 분이면 잘되고 있다고 해주세요.



알피노 : 준비는 순조로운 것 같군. 이쪽도 모모디 씨가 도와준 덕분에 난민이 잠시 머무를 수 있게 준비를 마친 참일세. 도마 사람들에게 육지로 올라와 있으라고 부탁해뒀네. 자네가 그들을 맞이하러 가주겠나?







알피노 : 어서 도마 사람들을 맞이해줬으면 하는데 망자의 종소리는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는군. 워낙 갑작스럽게 얘기가 나왔으니 어쩔 수 없지. 준비가 끝날 때까지 일단 도마 사람들은 여관 '모래시계'에서 쉬게 하려 하네. 모르도나까지는 육로로 이동할 걸세. 다날란의 황야와 검은장막 숲을 지나 커르다스 쪽으로 빙 돌아가는…… 길고 힘든 여행이 될 거야. 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선 울다하에서 쉬게 해야겠어. 자네는 저녁별 만에 있는 '호우잔'을 찾아가서 도와줘.



호우잔 : 오, '새벽'에서 온 사람인가. 우리 도마 백성을 위해 힘써주었다지. 정말 고맙군. ……아니, 출발 준비까지 도와주겠다는 건가? 이것 참 뭐라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군……. 실은 지금 짐을 옮기느라 고생하던 참이었거든. 고향에서는 힘 하면 어디 가서 안 빠졌는데…… 긴 뱃길에 식사도 제대로 못 하며 지냈더니 체력이 많이 약해진 모양이야. 여객선 부두에 있는 낡은 상자를 여기까지 옮겨다 주겠나? 무게가 나가서 힘들겠지만 부탁하네.



호우잔 : 정말 고맙네, 덕분에 할 일을 덜었군. 거기엔 우리 아버지가 젊은 시절 무공을 세우시고 하사받은 갑주가 들어있거든……. 이렇게 무거운 걸 옮겨줘서 정말 고맙네. 우리 아버지가 하사받은 갑주는 검은 미늘로 덮여있어서 아주 멋지지. 한 번 보여줄까…… 헉! 이럴 수가, 갑주에 달린 검은 미늘이 떨어졌어……. ……개수도 안 맞고! 이런…… 오랫동안 흔들리는 배 안에 있어서 낡은 갑옷도, 그걸 담은 나무 상자도 망가진 모양일세. 떨어진 미늘만 있으면 내가 어떻게든 고쳐볼 텐데……. 이 너덜거리는 갑주를 보면 아버지는 졸도하실 걸세……. 미안하지만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갑주에서 떨어진 검은 미늘 4개를 찾아줄 수 없겠나? 목숨 걸고 고향에서 탈출하면서도 아버지는 이 갑주를 버리지 못했다네……. 새로운 땅에도 어떻게든 가지고 가고 싶어.



호우잔 : 이런…… 오랫동안 흔들리는 배 안에 있어서 낡은 갑옷도, 그걸 담은 나무 상자도 망가진 모양일세. 이 너덜거리는 갑주를 아버지가 보면 분명 쓰러지실 텐데……. 고맙네! 정말로 고마워! 이 검은 미늘만 있으면 나머진 내가 고칠 수 있어. 그나저나 에오르제아에서 쓰는 갑주는 우리 고향에서 쓰던 것과 꽤나 다르더군. 참 멀리도 도망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호우잔 : 고맙네, 덕분에 짐은 거의 다 정리됐어. 이제 슬슬 선발대를 보내려고 하는데……. 아까부터 우리 꼬마들이 안 보이지 뭔가. 낯선 땅이 신기해서 놀러 나간 모양인데…… 말썽부리기 전에 자네가 찾아서 데리고 와 주겠나? 내 아들 '요우잔'에게 물어보면 다른 애들이 어디 있는지 알려 줄 걸세.



요우잔 : 누나, 우리 데리러 온 거에요? ……그럼 우리 이제 울다하라는 곳으로 가요!? 이제 그 좁고 냄새나는 배는 싫은데……. 배가 아니라 초코보 마차를 타고 간다고요? ……우와, 말이 아니라 새가 마차를 끌어요!? 빨리 타보고 싶어요! 아, 근데 우리 지금 숨바꼭질하고 있었는데. 누나가 숨어 있는 애들 세 명 찾아서 '이제 갈 거니까 아빠 있는 데로 모여라'라고 해줘요. 도마에서는 '훈련'이라고 숨바꼭질도 자주 했거든요. 애들 다 엄청 잘 숨어요! ……누나도 찾기 힘들 걸요?



숨어 있는 아이 : 앗, 깜짝이야! ……언니, 누구예요? 나는 코하루예요!

코하루 : ……어, 이제 출발하니까 호우잔 아저씨한테 돌아가라고요? 알았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 ……언니 혹시, 유우기리 님 알아요? 엄청 세고, 엄청 똑똑하고, 엄청 착하고, 엄청 멋있죠? 저도 나중에 크면 꼭 유우기리 님처럼 될 거예요!



숨어 있는 아이 : 윽, 들켰다! 사부님이 아시면 엄청 혼날 텐데……. 근데 사실 우리 사부님은 '반란' 때 싸우다가 돌아가셨어요……. 네? 이제 출발하니까 호우잔 아저씨한테 가라고요? 와, 울다하라는 데로 가는 거구나. 거긴 밤에 잠잘 때 안 무서울까요……?


숨어 있는 아이 : 우와, 들켰다……. 근데 언니는 누구에요? 앗, 이제 울다하라는 데로 가야 해서 데리러 왔다고요……? 와, 신난다. 어떤 곳일까!? 전에 우리가 받은 음식보다 맛있는 거 많아요? 빨리 가고 싶다! 저 당장 돌아갈게요!



호우잔 : 꼬마들은 다 돌아왔네, 정말 고맙군. ……뭐?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고? 그래…… 그 애들은 여태껏 도마에서 배운 걸 잊지 않고 계속 훈련한 건가……. 나 좀 보게, 요즘 나이가 들었는지 눈물이 많아졌다니까. 자, 다른 사람들은 벌써 다 출발했으니 이제 우리도 어서…… 가고 싶은 마음이네만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겨서 말이야.







호우잔 : '새벽'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준 덕에 드디어 울다하로 떠날 준비가 다 됐는데……. ……우리 아버지가 여기 남겠다고 고집을 피우시지 뭔가.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초코보 냄새가 너무 역해서 초코보 마차에 타기가 싫다고 하시더군. 나는 그 정도로 심한 것 같진 않은데 말이야……. 울다하까지 가려면 초코보 마차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 ……초코보 냄새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버지는 영영 울다하에 못 가실 걸세. 에오르제아 사람은 초코보 냄새를 어떻게 참는 거지? 사람이 많은 술집에 가면 정보가 있을 법도 한데. 여자가 냄새에 더 민감하니 방법을 알지도 몰라. 알아봐 주겠나?



폴클린드 : 초코보 냄새……? 처음 맡으면 토할 것 같긴 하지. 나는 초코보한테 향수를 뿌려서 참고 있어. 조금 나눠줄 테니까 한번 뿌려볼래? 근데 뭐, 향수로 초코보 냄새를 막아봐야 마차가 빠르기도 하고, 짐칸은 엄청 흔들리니까 탈 때마다 멀미해서 결국은 토하게 되더라고!



휴런 마부 : 이봐, 초코보한테 대체 뭘 뿌리는 거야! ……엇, 당신은 저번에 날 도와준 그 사람이잖아? 그래도 초코보한테 장난치진 말아줘. 이래 봬도 초코보는 아주 예민하거든. 갑자기 이상한 냄새를 맡으면 겁먹고 날뛸 수도 있어. 덜컹덜컹 흔들리는 짐칸에 타고 싶진 않을 거 아니야? ……그래도 뭐, 이 녀석은 별로 신경 안 쓰는 모양이네. 아니면 향수가 효과가 없는 건가? 당신이 초코보 냄새를 맡아서 한번 확인해보는 게 어때? 으하하, 초코보 냄새를 아주 제대로 들이켰구만! 아무리 좋은 향수라도 이 냄새를 막진 못하나 보군. 그래서 이 녀석도 가만히 있었던 거고. 그래, 초코보 냄새를 도저히 못 참겠다면 '좋은 수'가 하나 있어! '좋은 수'가 뭔지 자세히 듣고 싶다고? 별로 어려운 건 아니야. 그 녀석들을 흉내내는 거지. ……그래, 고블린 녀석들 말이야. 고블린은 에오르제아 공기가 안 맞는지 복면 안에 약초를 담아 코와 입을 가리고 다닌다더군. 그걸 흉내내는 거야. 이 스카프에 아까 그 향수를 듬뿍 뿌려서 코를 틀어막는 거지. 그러면 계속 복숭아 향 나는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지 않겠어?



호우잔 : 에오르제아 사람은 초코보 냄새를 대체 어떻게 참는 거야……? 엇, 이건 복숭아 향이잖아……. ……오, 스카프에 향수를 뿌린 건가? 이거 정말 좋은 수로군. 그럼 바로 아버지한테 이 스카프를 가져다주겠네. 이거라면 고집 센 우리 아버지도 마음에 드시겠지. 자네도 출발 준비를 마치면 나한테 와서 말해주게.



호우메이 : 복숭아 향을 맡으니…… 고향이 떠오르는구먼…….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도 이렇게 고향을 느낄 수 있다니. 앞으로 여기서 잘 살아갈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드네.


호우잔 : 아버지도 참…… 그 스카프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마차에서 내린 다음에도 계속 쓰려고 하시는 것 같네. 스카프에서 나는 복숭아 향이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나. 도마는 복숭아가 잘 자라서 중요한 교역품 중 하나였거든. 뭐 그것도 다, 제국이 쳐들어오기 전 얘기네만……. ……아무튼, 과거를 그리워할 때가 아니지. 앞으로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그걸 고민해야겠군.







호우잔 : 들어서 알겠지만, 여긴 지금 인원이 너무 많아서 이번에 우리가 받은 초코보 마차만으로는 한 번에 이동할 수 없네. 그러니 몇 번에 나눠서 가려고 하는데 우선 선발대로 유우기리 님하고 노인과 애들을 보낼 거야. 그 사람들을 돌봐야 하니까 나도 같이 갈 거고. 아마 지금쯤 저녁별 만 어귀에 다들 모여있을 테니 자네도 우리랑 같이 가서 짐마차 마부한테 떠날 준비가 다 됐다고 말해주겠나?



휴런 마부 : 엇, 출발 준비를 마쳤다고? ……어쩌지, 지금은 문제가 좀 있는데. 글쎄, 이 너머에 있는 다리 근처에 다른 데서 굴러들어 온 마물이 나타난 모양이야. 아까 구리칼날단이 와서 조심하라고 하더군. 애들이랑 노인을 가득 태운 채로 마물이라도 만나면……. ……그러고 보니 당신, 꽤 강한 모험가였지? 먼저 가서 길을 터주면 안 될까? 망치 대지에 있는 지정 지점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마물이 보이면 물리쳐줘. 안전해질 때까지 근처에서 기다릴 테니까 말이야.



휴런 마부 : 마물을 다 처치했다고? 덕분에 살았군. 자, 그럼 이제 슬슬 출발해볼까!


호우잔 : 마물을 물리쳐줘서 고맙네. 이제 안전하게 울다하로 갈 수 있겠군.


호우메이 : ……듣자하니, 젊은이는 모험가라면서? 사나운 마물을 상대하면서 겁먹지도 않다니 그것참 대단하구먼.


호우잔 : 우리 고향에는 모험가라는 직업이 없어서 말이야. ……자네처럼 강하고 용감한 사람이 많았다면 도마가 이런 꼴이 되진 않았을 텐데……. ……아니, 그건 너무 무책임한 생각인가. 갈레말 제국에 반란을 일으킨 것도, 그 싸움에서 진 것도 결국 우리 도마 사람들이 한 일이니까…….


호우메이 : 지도자 유우기리 님은 그때 많은 동족을 잃었지만 우리를 이끌고 마지막까지 싸워주셨다네. 게다가 여기 도착하고 나서도 살 곳에 일자리까지 마련해주셨지. 그분한테는 늘 송구한 마음뿐일세……. 그러니 이번엔 우리가 나설 차례야! ……'망자의 종소리 개척단'으로서 말이지.


호우잔 : 망자의 종소리는 꽤 활기를 띤 곳이라고 들었어. 우리 도마 사람들이 힘써서 더 풍족한 마을로 만들어보이겠네!


요우잔 : 누나, 모험가라면서요!? 왜요!? 왜 모험가가 된 거예요!?


왜 모험가가 됐어요!? ➡︎ 대답하지 않는다


요우잔 : 뭐예요~ 왜 안 알려주는데요!? ……됐어요, 나중에 아빠한테 물어봐야지!


코하루 : 나도 물어볼래!! 저기, 언니……! '망자의 종소리'에는 뭐가 있어요?


'망자의 종소리'에는 뭐가 있어요? ➡︎ 모험가가 많이 있다


코하루 : 모험가요? 언니 같은 사람? 그럼 다들 힘이 세겠네요……? 와, 엄청 멋있겠다!


요우잔 : 그럼 이번엔 내 차례야! 누나, 엄청~ 힘세잖아요! 뭘 해서 그렇게 세진 거예요!?


뭘 해서 세진 거예요!? ➡︎ 모험을 해서


요우잔 : 역시 모험이구나~ 그럼 여기저기 다 다녀봤겠네요!? 누나, 완전 멋있다!!


호우잔 : 아이고, 이 녀석들아. 질문하다가 날 새겠다. 누나가 난처해하잖아.


코하루 : 에이……. 얘기 더 하고 싶은데…….


요우잔 : 저기, 누나, 마지막으로 하나만 알려줘요! 우리도 나중에 커서 누나처럼 멋있는 모험가가 될 수 있어요!? 진짜요!? 와아!! 그럼 나도 나중에 커서 모험가 할래!


코하루 : 나도 나도!! 언니처럼 모험가 할 거야!


요우잔 : 앗, 나 좋은 생각 났어! 망자의 종소리에 가면 다 같이 '도마 모험단'을 만들자! 우리 '도마 모험단'은 나쁜 녀석들한테서 도마 사람을 지키는 정의로운 모임이야! 나쁜 녀석들한테 '천벌'을 내리는 거다!


코하루 : 멋있다~ 나도 할래~ 나중에 다른 애들도 불러야지!


호우잔 : 자, 그럼 가볼까. 자네도 울다하까지 같이 타고 가자고.



휴런 마부 : 자, 울다하에 다 왔어. 모래늪에 '알피노' 님이 계시다고 하니까 먼저 가서 난민이 왔다고 전해드려.



알피노 : 난민 선발대가 도착한 모양이군. 별일 없이 도착해 다행일세…… 수고 많았어. '모래시계' 여관 쪽은 준비를 다 마쳤네. 도마 사람들이 곧바로 가서 쉴 수 있을 거야. ……미안하지만 자네는 망자의 종소리로 가줄 수 있겠나?







알피노 : 일단 난민 선발대는 모두 도착했네. 하지만 아직 저녁별 만과 울다하에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 지금은 그들을 원활하게 인도하는 것이 최우선일세. 그리고 도마에서 탈출한 배는 유우기리 일행이 타고 온 배만이 아니라더군. 차후 또 다른 피난선이 도착할 가능성도 있지. 도마 난민은 대부분 긴 여행으로 지쳐 있어. 우선 울다하에서 쉬게 하고, 기운을 되찾은 사람부터 차례차례 망자의 종소리로 데려가려 하네. 그곳으로 데려갈 때는 모험가 길드에서 솜씨 좋은 모험가들을 호위로 붙여주기로 했으니 너무 걱정할 거 없어.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동을 시작하기 전에 자네가 우선 유우기리 공 일행을 데리고 망자의 종소리에 들러줬으면 하네. 모험가 길드 본부에는 내가 얘기해둘 테니 그곳에 도착하면 일단 '슬라프본'을 찾아가서 유우기리 공을 소개해 주도록 하게.



슬라프본 : 동방 느낌이 나는 그 옷…… 자네가 바로 '유우기리'로군? 모험가 길드 본부에서 연락은 받았다. 망자의 종소리에 잘 왔다. 먼 길 찾아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고 들었는데, 이제 안심해도 좋아. 함께 일하기로 한 이상 출신은 상관없으니까. 서로 힘을 합쳐서 잘해보자고.


유우기리 : 그러하네, 내가 바로 유우기리일세. 이미 들었으리라 생각하나 도마에서 왔지. 이리 우리를 받아주니, 무어라 감사해야 좋을지 모르겠군.


슬라프본 : 제안을 받아줘서 고마운 건 우리도 마찬가지지. 자자, 어서 고개를 들어. 앞으로 우리는 '망자의 종소리 개척단'의 한 식구니까.


유우기리 : 슬라프본 공…… 정말 고맙네. 우리 도마 사람들은 모든 힘을 다해 이 망자의 종소리를 돕겠다고 다짐하지.


슬라프본 : 모험가, 자네도 여러모로 애써줬다면서? 정말 고맙다!


유우기리 : 이곳에 '새벽의 혈맹' 본부도 있다 들었네. 그대가 속한 조직의 대표 '민필리아' 공을 내 한번 꼭 만나고 싶네만……. 그대와 알피노 공…… '새벽'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꼭 직접 만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네.



민필리아 : 역시 안 되네……. 그때부터 계속 발데시온 위원회하고 연락이 안 돼요……. 본부는 그렇다 쳐도 친구랑 연락이 안 됐던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위리앙제 씨가 샬레이안 본국을 통해서 연락을 시도하고 있으니까 지금은 그쪽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겠어요……. 그나저나, 이번에 도마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가지로 애써주셨다면서요? 알피노한테 얘기는 들었어요. 고생이 많았네요. 우리 '새벽'도 뭔가 도울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각 총사령부에서 받은 지원금 중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어요. 우리는 야만신이나 야만족과 맞서는 특수한 조직이니 일자리를 마련해 드리기는 힘들겠지만 그분들한테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요. 어머, 그쪽 대표분이 날 찾아왔어요? 그럼요, 당연히 만나야죠.


민필리아 : ……그래요, 다행이군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유우기리 : 우리 말고도 도마에서 도망쳐 나온 자들은 많네. ……앞으로 한동안 유입이 이어질 걸세. 나는 이 에오르제아에 우리가 몸을 누일 땅이 생기거든 뿔뿔이 흩어진 동포들을 불러 모으고 싶네.


민필리아 : 알피노도 그 이야기를 하더군요. 우리도 힘닿는 대로 도울게요. ……이분들도 일손이 늘어서 좋아하실 거예요.


유우기리 : 우리가 알고 있는 제국 내부에 관한 정보를 전부 가르쳐주겠네. 갈레말 제국은 우리 모두의 적이기도 하니까 말일세.


길드 본부 전령 : 그러면 우리는 이만 실례하겠네. 모험가 길드 본부로 돌아가서 난민을 받아들일 절차를 밟아야 하니까 말이지. 신세 많았군, 민필리아. 뒷일은 슬라프본한테 맡겨 놓았어. 앞으로도 망자의 종소리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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